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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의 노래 1,2 - 김훈 :: 2007/10/17 13:56

2000년 가을에 나는 다시 초야로 돌아왔다...
초야의 저녁들은 헐거웠다. 내 적막은 아주 못 견딜 만하지는 않았다.
그해 겨울은 추웠고 눈이 많이 내렸다...
나는 인간에 대한 모든 연민을 버리기로 했다. 연민을 버려야만 세상은 보일 듯싶었다.
연민은 쉽게 버려지지 않았다. 그해 겨울에 나는 자주 아팠다.

2001년 봄 김훈.

사용자 삽입 이미지









http://www.aladdin.co.kr/shop/wproduct.aspx?isbn=8984982725

http://www.aladdin.co.kr/shop/wproduct.aspx?ISBN=8984982733

많이 추웠고 눈이 많이 내린 그 겨울을 나는 기억하고 있다.
그리고 나 역시 그해 겨울에 자주 아팠다.
인간에 대한 연민보다는 나 자신에 대한 연민이었다.
추운 날 이순신의 칼이 무어라도 해결해 줄듯 바라보았을 한 사람의 모습이 책 내내 오버랩되었다.
나는 시간이 해결해줄거라 믿었던 그 날들.

나 역시 영웅이 아니기때문에
한 사람이 겪었을 삶의 무게를 짐작조차 할 수 없지만
백성들로 묶어져 서술된 개별된 삶의 무게조차 짐작할수 없지만
개별의 적과 그냥 대상으로서의 적과, 아군속의 적과, 절대자로서의 적과
징징징 우는 칼과 몸속에 묻어둔 아픔과 바다와,
한덩어리로 묶여 뒹구는 삶과 죽음과 꽁꽁 묶어놓은 분노들로
책장을 넘기는 속도는 한없이 더뎠고
그간 내 꿈자리는 내내 뒤숭숭했다.

문득 나도 이순신의 칼이 보고싶어졌다.

신의 몸이 아직 살아 있는 한 적들이 우리를 업신여기지 못할 것입니다.

2007/10/17 13:56 2007/10/17 1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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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diane29 | 2007/10/17 23:56 | PERMALINK | EDIT/DEL | REPLY

    이거 다 읽었어? 읽을려고 제작년인가 사놓고 다 끝내지 못한 기억이..
    이번에 11월에 한국들어가면 들고와야겠군. ^^

    • wishsunf | 2007/10/18 09:36 | PERMALINK | EDIT/DEL

      엉. 다 읽었는데 그간 꿈자리가 정말 장난아니었다는. -_-
      너무 심취해서 읽었나바 흐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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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벌이의 지겨움 - 김훈 :: 2007/10/01 13:25

사용자 삽입 이미지
기자를 보면 기자 같고 형사를 보면 형사 같고 검사를 보면 검사같이 보이는 자들은 노동 때문에 망가진 거다. 뭘 해먹고 사는지 감이 안 와야 그 인간이 온전한 인간이다. 그런데 노는 거, 그게 말이 쉽지 해보면 어렵다. 놀면서 돈 쓰고 돌아다니는 거는 노는 게 아니라 노동의 연장이다. 돈에 의지하지 않으면 못 노는 거는 돈 버는 노동세계와 연결돼 있어서 노는게 아니다.
노는 거는 그 자리에 있는 세상하고 단둘이 노는 거다.

http://www.aladdin.co.kr/shop/wproduct.aspx?ISBN=8984987298



이 책은, 세상에 돌아다니는 책 표지가 무려 3가지나 된다! ㅋㅎㅎㅎ
이렇게 여러개가 있을 때 내가 올리는 책표지의 기준은 내가 읽은 책의 표지이다.
어쩐지 내가 들고다니던 책 표지가 제일 친근감이 있는것만은 사실이다.

나는 개인적으로 소설보다는 수필쪽을 좋아하는 편인데,
이렇게 그의 현실에 닿아있는 이야기들, 넌픽션인 이야기들을 읽다보면
그가 쓴 소설도 읽고싶어진다.

이제 그의 넌픽션 단행본들을 다 읽었으니, 소설을 읽어보아야겠다.. ^^
2007/10/01 13:25 2007/10/01 1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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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숲길향기 | 2007/10/01 13:55 | PERMALINK | EDIT/DEL | REPLY

    저 제목, 처음 나왔을 때어찌나 마음에 드시던지. ㅎㅎ
    근데 김훈 아저씨의 글은 읽고 나믄 참 힘이 들어.. 흠.

    • wishsunf | 2007/10/01 15:22 | PERMALINK | EDIT/DEL

      나는 <'너는 어느쪽이냐' 묻는 말들에 대하여>라는 제목이 더 마음에 콱 와 닿았었더라는.

  • diane29 | 2007/10/02 20:20 | PERMALINK | EDIT/DEL | REPLY

    젠장. 가슴에 콱 와닿네.. 그럼 난 정말로 노동으로 망가진거 맞는거였구나. 슬프다.. T.T

    • wishsunf | 2007/10/02 21:45 | PERMALINK | EDIT/DEL

      ㅎㅎㅎㅎㅎ
      그렇게까지 한탄하지 않아도 되잖아!
      너는 로빈이랑 잘 놀고 있는거 같은데, 이제 세상이랑 노는것만 해보면 되지 머!

  • ara | 2007/10/03 01:23 | PERMALINK | EDIT/DEL | REPLY

    노는 거는 그 자리에 있는 세상하고 단둘이 노는 거다.
    탁, 와 닿아요~

    • wishsunf | 2007/10/03 13:08 | PERMALINK | EDIT/DEL

      그래요 탁, 와 닿아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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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는 어느 쪽이냐'고 묻는 말들에 대하여 - 김훈 :: 2007/09/26 23:29

사용자 삽입 이미지
좌광우도가 말이 안 되는 까닭은 우선 이 좌우의 표준이 생선이냐 인간이냐 하는 주체의 혼란에서 온다. 생선이 인간 쪽으로 헤엄쳐 올 때 오른쪽으로 쏠려 있던 생선 눈깔은 생선이 거꾸로 방향을 바꾸어서 인간으로부터 멀어져갈 때는 왼쪽으로 쏠려 있다. 이러니 좌광우도론은 광어와 도다리를 구분할 준거가 되지 못하는 것이다. '좌광우도'를 말하는 사람들은 생선의 쏠린 눈깔을 웃을 일이 아니라 한쪽으로 쏠린 자기 자신의 두 눈을 반성해야 한다.
......
광어는 이빨이 있고, 도다리는 이빨이 없다. 이것이 광어와 도다리를 구분하는 진리인 것이다.
작년 연말에 동해안 영일만 바닷가에서 자전거를 타고 놀다가, 대보포구의 어부 김동주 씨(46세)한테서 나는 이걸 배웠다. 광어냐 도다리냐를 구분하는 기준은 인간의 눈에 있는 것이 아니라 생선 자체의 몸속에 있는 것이다. 사물을 사물 그 자체로서 직접 이해할 것, 사물과 인식 사이에 잡것이 끼어들지 않도록 늘 경계할 것.
어부 김동주 씨는 오랜 고기잡이를 통해서 그걸 알고 있었다.
- <'너는 어느쪽이냐'고 묻는 말들에 대하여> 광어냐 도다리냐 中 -

수박을 먹는 기쁨은 우선 식칼을 들고 이 검푸른 구형의 과일을 두 쪽으로 가르는 데 있다. 잘 익은 수박은 터질 듯이 팽팽해서, 식칼을 반쯤만 밀어넣어도 나머지는 저절로 열린다. 수박은 천지개벽하듯이 갈라진다. 수박이 두 쪽으로 벌어지는 순간, '앗!' 소리를 지를 여유도 없이 초록은 빨강으로 바뀐다. 한 번의 칼질로 이처럼 선명하게도 세계를 전환시키는 사물은 이 세상에 오직 수박뿐이다. 초록의 껍질 속에서, 영롱한 씨앗들이 새까맣게 박힌 선홍색의 바다가 펼쳐지고, 이 세상에 처음 퍼져나가는 비린 향기가 마루에 가득 찬다. 지금까지 존재하지 않았던, 한바탕의 완연한 아름다움의 세계가 칼 지나간 자리에서 홀연 나타나고, 나타나서 먹혀지기를 기다리고 있다. 돈과 밥이 나오지 않았다 하더라도, 이것은 필시 흥부의 박이다.
- <'너는 어느쪽이냐'고 묻는 말들에 대하여> 수박과 자두 中 -


http://www.aladdin.co.kr/shop/wproduct.aspx?ISBN=8984987301


수박을 먹을때마다 그의 수박에 대한 싱그럽고 애정어린 글들이 떠오를것 같다. ^^
2007/09/26 23:29 2007/09/26 2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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