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 가을에 나는 다시 초야로 돌아왔다...
초야의 저녁들은 헐거웠다. 내 적막은 아주 못 견딜 만하지는 않았다.
그해 겨울은 추웠고 눈이 많이 내렸다...
나는 인간에 대한 모든 연민을 버리기로 했다. 연민을 버려야만 세상은 보일 듯싶었다.
연민은 쉽게 버려지지 않았다. 그해 겨울에 나는 자주 아팠다.
2001년 봄 김훈.

http://www.aladdin.co.kr/shop/wproduct.aspx?isbn=8984982725
http://www.aladdin.co.kr/shop/wproduct.aspx?ISBN=8984982733
많이 추웠고 눈이 많이 내린 그 겨울을 나는 기억하고 있다.
그리고 나 역시 그해 겨울에 자주 아팠다.
인간에 대한 연민보다는 나 자신에 대한 연민이었다.
추운 날 이순신의 칼이 무어라도 해결해 줄듯 바라보았을 한 사람의 모습이 책 내내 오버랩되었다.
나는 시간이 해결해줄거라 믿었던 그 날들.
나 역시 영웅이 아니기때문에
한 사람이 겪었을 삶의 무게를 짐작조차 할 수 없지만
백성들로 묶어져 서술된 개별된 삶의 무게조차 짐작할수 없지만
개별의 적과 그냥 대상으로서의 적과, 아군속의 적과, 절대자로서의 적과
징징징 우는 칼과 몸속에 묻어둔 아픔과 바다와,
한덩어리로 묶여 뒹구는 삶과 죽음과 꽁꽁 묶어놓은 분노들로
책장을 넘기는 속도는 한없이 더뎠고
그간 내 꿈자리는 내내 뒤숭숭했다.
문득 나도 이순신의 칼이 보고싶어졌다.
신의 몸이 아직 살아 있는 한 적들이 우리를 업신여기지 못할 것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