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는 언제나 참으로 깨끗하게 죽는다.
죽은 얼굴이 하도 깨끗해서 양지바른 곳에 놓아 두면
해동되어 되살아 날 것만 같다.
기록이란 어찌 되었든,
42킬로미터를 다 뛰고 난 뒤에 벌컥벌컥 단숨에 들이마시는 맥주 맛이란
그야말로 최고다.
이 맛을 능가할 만큼 맛있는 것을 나는 달리 떠올릴 수가 없다.
그러니까 대개 마지막 5킬로미터 정도는
"맥주, 맥주"하고 작은 소리로 중얼거리면서 달리게 된다.
이렇게 가슴속까지 맛있는 맥주를 마시기 위해서
42킬로미터라는 아득한 거리를 달리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것은,
어떨 때는 너무나 잔인한 조건인 듯싶게도 느껴지고,
어떨 때는 지극히 정당한 거래인 것처럼 생각되기도 한다.
(얼마전 경험으로는 1시간정도만 부지런히 걷고 나서 마셔도 충분히 멋지게 맛있었다! ^^)그 이튿날, 나는 출판 담당 여자 편집자와만나 식사를 했다.
그녀는 나보다 세 살 연하로, 나와 혈액형도 같고 생일도 같다.
"생일이라 해봤자 좋은 일은 하나도 없어요"라고 그녀도 말했다.
나이를 먹으면 이런 식으로 생일이 같은 사람들끼리 모여서
"너나할것없이 좋은 일이라곤 없군요"하고 서로를 위로하면서
실컷 먹고 마시는 게 생일을 보내는 가장 타당한 방법이 아닐까 하는 기분이 든다.
(나는 주변에 비슷한 시기의 생일자들이 많다. 그리고 나이가 들수록 좋은 일이라곤 있고 없고를 떠나서혼자 오롯이 축하를 받는것은 갈수록 민망하고 부담스러워지는 반면서로를 축하해 줄 수 있는 그들과 함께 보내는 생일파티가 가장 즐거운것은 사실이다.)커피는 어둠처럼 검고, 재즈의 울림처럼 따스했다.
내가 그 조그만 세계를 모두 마셔 버렸을 때, 풍경이 나를 축복했다.
그것은 또한 작은 거리에서 소년이 어른이 되어아기 위한 은밀한 기념 사진이기도 했다.
자아, 커피 잔을 가볍게 오른손에 들고, 턱을 당기고,
자연스럽게 웃으면서 좋습니다, 찰칵.
때로는 인생은 한 잔의 커피가 가져다 주는 따스함의 문제라고
리처드 브로디건이 어딘가에 썼었다.
커피에 대해 쓴 문장 가운데서 나는 이 글이 제일 마음에 든다.
서랍 속에 반듯하게 개켜진 깨끗한 팬츠가 쌓여 있다는 건
인생에 있어서
'작지만 확고한 행복'이 아닐까 하고 생각하는데,
그건 어쩌면 나 혼자만의 특수한 생각일지도 모른다.
왜냐하면 혼자 살고 있는 독신자를 빼놓고는,
자신의 팬츠를 자기 손으로 자기 손으로 직접 고르는 남자는
적어도 내 주위에서는 그다지 찾아볼 수가 없기 때문이다.
http://www.aladdin.co.kr/shop/wproduct.aspx?ISBN=8970122087이상하게도 나는, 하루키의 소설은 하나도 읽지 않은 주제에그의 수필집은 자꾸만 읽을 기회가 생긴다.혜임언니의 추천으로 집어든 하루키의 수필."삶의 허무와 결핍, 그리고 고독한 문학 세계 속에서도 그러나 즐겁게 살고 싶다."어쩐지 제목만 보고 있어서 슬그머니 웃음이 나는 책이다.혜임언니 말로는 가장 하루키스러운 원문 느낌을 잘 살려 번역한 '김진욱' 번역이라고 한다.엉뚱하고도 재밌는 사람이군, 이라는 얘기가 절로 나오는 그의 이야기.그리고 언제나 그렇듯이 이렇게 자신이 하고 있는 일에 대해 다방면으로 부지런히 앞으로 가고 있는 사람들을 보는 일 또한 기쁜 일이다.이 남자가 벌써 60이 다 되어가고 있다니 현실감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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